2024 <세계몰락감> 관객과의 대화

안녕하세요.
2024 <세계몰락감> 관객과의 대화 페이지입니다.

10월 9일(수) 19:30 공연 종료 후 진행된 관객과의 대화
내용 전문을 아래에서 찾아보실 수 있습니다.

[진행] 드라마터그 박나현
[출연] 작가 강하늘, 연출 장윤하, 배우 이고운, 배우 김서정, 배우 황재윤

-

10월 4일(금)부터 13일(일)까지 공연된
<세계몰락감>을 사랑해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더 좋은 작품으로 다시 찾아뵙겠습니다 :)

- 크리에이티브 윤슬, <세계몰락감> 팀 드림
Q. <세계몰락감> 이라는 세계를 창작하면서 가장 하고 싶었던 이야기가 무엇인가요?
[작가 강하늘]
A. 맨 처음에 쓰게 된 계기는 사실 청소년 시기에 경험하는 첫 번째 이별과 상실에 관한 이야기가 될 것이라는 마음으로 쓰기 시작했는데, 마지막 장면을 쓰면서 이게 이별에 관한 이야기가 아니라 오히려 한 사람의 세계를 바꾸는 만남에 관한 이야기였다는 것을 깨달은 시기가 있었어요.
     그때부터 그 뒷부분을 더 쓰기 시작했는데, 청소년 시기에 어떠한 사람의 삶의 가치관을 바꾸고 또 그 내면 세계를 바꾸는 어떠한 독특한 질감을 갖고 있는 친구가 있었다는 것이 그 사람을 어떻게 만들어 가는가. 그 사람을 어떻게 구원하는가. 또 그러한 관계가 사라지더라도 그게 정말 사라지는 것일까. 한때 온몸이 부서져라 내가 사랑했던 어떠한 세계는 영원히 사라지지 않는다는 것을 조금 더 깨닫게 되는 순간들.
     딱 그때 생각해보면 내가 이 이야기를 꼭 청소년 관객과 나누고 싶다는 생각을 했던 것 같아요.
Q. <세계몰락감>을 무대 위에 구현하면서 가장 중점적으로 생각했던 콘셉트나 단어가 있었나요?
[연출 장윤하]
A. 저는 한 두 가지 정도가 있는데요. 빙하랑 대관람차의 이미지를 중점적으로 콘셉트를 잡고 만들어 나갔던 것 같습니다.
    빙하가 우리 눈에 보이는 것은 빙산 부분에 있고, 또 수면 아래에 오히려 더 깊고 큰 세계가 있잖아요. 그것처럼 현재, 제이, 윤비에게도 내면에 더 큰 세계가 있을 거라고 생각을 했어요. 또 대관람차의 순환의 이미지를 많이 생각하고 동선을 짰던 것 같습니다. 어쨌든 우리가 처음 청소년 시기에 몰락을 겪을 때는 한 번 떨어지면 끝인 것 같은데 사실 다시 올라올 수 있거든요.
    우리의 삶은 아직 너무 많이 남아 있으니까. 그래서 현재도 어떻게 보면 지금 내려가면, 이 대관람차를 벗어나면 끝인 것 같지만 어쨌든 다시 올라가게 될 거고 본인의 힘으로 다시 세계를 시작하게 될 것이기 때문에 그 순환의 이미지를 잘 쓸 수 있도록 고민을 하며 만들었던 것 같습니다.
Q. <세계몰락감> 팀은 청소년 워크숍을 하면서 청소년 친구들과 만남을 가졌었는데요, 청소년 워크숍을 하면서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나 인물을 구축할 때 더 긴밀하게 연결될 수 있었던 지점이 있었나요?
[현재 역 이고운]
A. 저는 (세계몰락감) 인스타그램에 릴스로 올라온 인터뷰에서도 얘기했었는데, 청소년 친구들이 자기 얘기를 할 때 확 빠져드는 그 몰입감이 있거든요. 그게 현재를 만들 때 정말 많이 도움이 됐어요. 많이 참고를 한 부분이고, 그 지점이 아마 아직까지도 제일 크게 남아 있는 기억인 것 같습니다.

[제이 역 김서정]
A. 저는 짝을 지어서 청소년 한 분과 함께 제이의 역할에 대해서 같이 고민한 적이 있는데요. 무대에 나오지 않는 2년이라는 그 긴 시간 동안 제이는 현재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고 있었을지에 대해서 편지를 써보는 걸 해봤거든요.
     제이의 입장에서 현재에게 저도 적고, 청소년 친구도 적었는데 제 것보다 훨씬 제이가 적은 것처럼 적은 거에요. 그래서 이렇게 단순하지만 더 강력한 에너지가 있다는 것을 청소년 친구를 통해 많이 힌트를 얻은 것 같아요.

[윤비 역 황재윤]
A. 청소년 친구들과 "죽은 그림자를 위한 티파티"를 같이 한 시간이 있었는데요. 그때의 분위기와 친구들이 그림자를 얘기할 때의 감정과 호흡이 저한테 많이 도움을 줬습니다.
Q. 가장 좋아하는 대사는 무엇인가요?
[작가 강하늘]
A. 저는 9장 맨 마지막 현재의 대사 중 좋아하는 부분이 많은데요. 사실 다 좋지만 맨 마지막 "사라지지 않는다, 사라지지 않는다." 그 대사 부분이 오늘 엄청 다르게 들려서 잘 들렸던 것 같아요. 감동적이었던 것 같습니다.

[연출 장윤하]
A. 저는 이 대본을 처음 봤을 때부터 제일 좋아하는 대사가 따로 있는데요. 그 부분에서 그냥 텍스트만 읽었는데 눈물이 갑자기 차오르면서 그 대사 하나로 저의 모든 힘듦이 다 위로받는 기분이 들더라고요. 9장에서 빙하가 현재한테 해주는 대사인데, "너는 이 세계를 사랑하니까" 라는 말이었어요.
     뭔가 힘든 일이 너무 많은데 내가 왜 이렇게 힘들지 이유를 알 수가 없는 거에요. 그런데 결론은 딱 그거 하나더라고요. 제가 주위에 있는 사람들을 사랑하고 제가 사는 세계를 사랑하기 때문에 내가 사는 게 힘들구나... 뭔가 답을 얻을 수 있었던 대사 같아서 그 대사를 굉장히 사랑합니다.

[현재 역 이고운]
A. 저는 그렇게 튀는 대사는 아닌데, "우린 만난 적 있어" 라는 문장이 되게 인상적인 것 같아요. 언제든지 제가 길을 잃었을 때 빙하가 또 나한테 다가오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하게 해주는 대사인 것 같아요.

[제이 역 김서정]
A. 저는 제 대사인데요. "밑져야 본전이야. 두드리지 않으면 열리지 않는다고." 이 대사를 제일 좋아합니다. 김서정이라는 사람에게 큰 용기를 얻게 해준 제이를 통해서 오히려 많은 배움을 얻을 수 있었던 강력한 대사였습니다.

[윤비 역 황재윤]
A. 저는 6장에서 현재가 "내가 너의 증인이 되어줄게. 우린 끝까지 살아남을 거야." 라는 대사가 윤비 역할을 하면서 정말 윤비가 듣고 싶었던 말이고 힘이 되어 주는 말이었기 때문에, 이 대사를 들으면 위로받는 느낌이 들어서 가장 좋아합니다.

[드라마터그 박나현]
A. 저는 계속 많이 바뀌는 것 같은데요. 오늘은 "정말 멋진 졸업 여행이야." 그 순간이 특히 기억에 남는 것 같습니다.
Q. "어둠이 내게 말해. 이제 곧 따뜻해질 거야." 그 대사가 울림이 있었는데, 그때 현재가 느끼던 감정이나 연기하면서 집중했던 감각이 궁금합니다.
[현재 역 이고운]
A. 그 생각만 하고 있어요. "괜찮아, 괜찮아질 거야, 진짜 괜찮아 질거야." 개인적으로도 빛이 나에게 무언가 따스함을 전해다 주기를 기대하고 있을 때가 많은 것 같아요. 그래서 현재일 때는 항상 스스로를 다독이면서 그 대사를 하는 것 같아요.
Q. 김현재, 이제이는 모두 성이 있는데 왜 윤비만 성이 없나요?
[작가 강하늘]
A. 성이 '윤'이고, 이름이 '비'입니다. 무언가 엣지를 주고 싶어서 외자를 선택했고요. 직관적으로 선택했어요. 그냥 '슬플 비(悲)'와 윤 씨가 어울릴 것 같아서 그렇게 정했습니다.

[연출 장윤하]
A. 저희도 연습을 하면서 왜 현재는 윤비를 "비"라고 부르지 않고 "윤 비"라고 풀네임을 부를까, 이 고민을 배우들과 같이 했었는데요. 만약에 현재의 이름이 "현 재"였고 윤비가 "야, 현재!"라고 풀네임을 불렀으면 속상해했을 것 같았어요. 하지만 윤비는 풀네임으로 불려도 그렇게 속생해하지 않았을 것 같다고 생각했어요.
Q. 제이가 현재를 찾아왔을 때 자신의 그림자에 대해서 얘기를 해주는 부분이 정확하게 대사로 표현이 안 된 이유는 분명 연출하신 의도가 있다고 믿고 있는데, 제이의 그림자에 대한 답변을 받을 수 있나요?
[연출 장윤하]
A. 제이의 그림자를 꼭 텍스트로 직접적으로 이야기하지 않아도 관객 분들께서 충분히 더 잘 해석해서 받아들이실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고요. 어떻게 보면 현재도 윤비도 그림자를 정확히 입 밖으로 모든 걸 꺼내지 않기 때문에 객관적으로 전달되기보다는 감각적으로 전달되었으면 좋겠다는 저의 욕심이 또 있었습니다. 잘 캐치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Q. '그림자'는 항상 어두운 면을 상징한다고 생각했는데, 작품에서는 "그림자의 목소리를 보듬어주라고, 그것이 길을 만들어줄 것이다" 라고 얘기해줘서 위로를 많이 받았습니다. 현재는 영원이 없다는 것을 알게 되지만, 개인적으로는 영원이 그래도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현재 역 이고운]
A. 어딘가에는 있을 거라는 희망을 갖고 있기는 한데, 점점 나이가 들어가면서 내가 영원히 기억하고 간직할 수 있는 것은 내 안에서 만드는 것 밖에 없겠다라는 생각이 많이 들어요. 공연을 할 때도 그 시간이 엄청 행복하지만 그것도 언젠가는 끝나고, 그럼에도 계속 남아있게 할 수 있는 건 대사처럼 '계속 기억하고, 생각하고, 말하는 것'. 그게 어떻게 보면 영원한 것이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Q. '대관람차'는 빙글빙글 돌아서 어느 종점이 있지만, '빙하'는 녹아내리면 물이 되잖아요. 만약에 둘 중 하나를 택한다면 어떤 걸 택하고 싶으신가요?
[연출 장윤하]
A. 저는 전체적으로 저의 인생을 생각해보았을 때 당연히 빙하를 선택하고 싶은 것 같아요. 빙하는 녹아서 사라지지만 물로서 계속 살아갈 수 있더라고요. 어떻게 보면은 영원한 거죠. 현재에게는 빙하가 녹아서 슬프지만, 사실 빙하는 본인이 녹아도 크게 문제가 없어요. 계속 살아갈 거니까.
     그래서 그렇게 살아가는 것, 영원한 것이 지금까지 저에게는 중요했던 것 같은데 요즘 들어서는 대관람차를 타는 인생을 사는 것이 정답이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듭니다. 어쨌든 인간의 삶은 유한하고, 영원한 것을 자꾸 바라고 쫓아간다는 것이 너무 욕심이 아닌가. 어떻게 보면 대관람차 한 바퀴를 제대로 타는 것, 그리고 마지막에 내려야 할 때를 딱 알고 내리는 것이 오히려 더 멋있는 삶이 아닌가라는 고민을 요즘 하고 있습니다.

[작가 강하늘]
A. 저는 빙하이고요. 물이라는 성질이 얼었다가 녹았다가 흘러갔다가 할 수 있는 것 같아서, 잡히지 않고 멈춰 있지 않고 하는 이런 속성들이 저는 청소년 시기와 잘 만나지는 것 같아요. 이 극을 쓰면서도 청소년과 예술가가 좀 비슷한 기질을 갖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뭔가 형태가 없고, 무엇이든 될 수 있고, 바꿀 수 있어서 저는 빙하가 녹아내리지만 사라지는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고요. 다시 얼 수도 있고, 흐를 수도 있고. 그게 형태에 상관없이 존재할 수 있는 거라고 생각을 해서 빙하를 선택하겠습니다.

[현재 역 이고운]
A. 사실 대관람차는 계속 같은 자리를 돌잖아요. 그런데 빙하는 녹아서 어디든 갈 수 있고, 계속 순환을 하기 때문에. 그게 다시 하늘로 갔다가 다시 비가 내려서 물이 됐다고 변화하기 때문에 오히려 더 소중한 것이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제이 역 김서정]
A. 저도 빙하입니다. 물 같은 삶을 살고 싶습니다. 그리고 사실 고소공포증이 있습니다.

[윤비 역 황재윤]
A. 저도 빙하를 선택하겠습니다. 저도 그냥 물처럼 흐르는 삶을 살 거에요.
Q. 현재, 제이, 윤비라는 인물을 만들었을 때 작가님이 실제로 아는 주변 인물이 영감이 된 것으로 알고 있는데, 임요한은 어떻게 만들어진 인물인가요?
[작가 강하늘]
A. 임요한은 100% 만들어낸 인물입니다. 딱 허세낭랑한, 버스 타면 뒷좌석에서 보이는 그런 중학생 남자를 생각하면서 정말 직관적으로 대사를 썼고 그 이후에 서사들이 더 추가가 된 것 같아요. 현재, 제이, 윤비의 서사를 만들어 나가면서 '요한이는 언제부터 제이랑 친구가 됐을까?' 이런 식으로 생각했어요. 이름이 요한이지만 교회와는 거리가 먼 친구에요. 자기 자유대로 살고. 그래서 태생적으로는 '요한'이라는 이름을 부여 받았지만 자유롭게 살고 있는 허세낭랑한 남자 중학생을 생각하면서 만들었고, 조금 더 서사를 붙이고 싶은 마음도 있었지만 분량상 생략이 되었습니다.
Q. 현재랑 제이가 관람차에서 노을을 보는데, 연출님은 관람차에서 보고 싶은 풍경이 무엇인가요?
[연출 장윤하]
A. 제가 사랑하는 사람들이 제게 손을 흔들어줬으면 좋겠습니다. 밑에서 마지막에 내리기 전에 그런 장면을 보면 저도 내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Q. 청소년 시기에 혼돈을 겪는 상황을 기후위기와 연결을 시키셨는데, 작가님의 개인적인 신념, 가치관과 관련이 있는 것인지 혹은 시의성이 있는 주제라서 연관을 시키고자 하신건지 의도가 궁금합니다.
[작가 강하늘]
A. 그 질문도 많이 받았었늗네 시의성은 전혀 생각하지는 않았어요. 처음에는 직관적으로 "현재와 세계와 극장은 하나다"라는 콘셉트가 있었고, 현재가 관계에 있어서 상처를 받을 때마다 빙하가 녹는다, 그래서 그 빙하가 녹음으로 인해 세화시가 몰락한다는 콘셉트가 있었습니다.
     그래서 현재가 관계에 상처를 받을 때마다 빙하 녹는 소리를 듣는 그런 상징적인 콘셉트를 잡았다가, 어찌됐든 간에 현실적인 어떠한 세계를 보여줘야 하기 때문에 그 현실의 구체성을 더 높이기 위해서 기후 위기와 매칭을 시켰습니다.
     한편으로는 또 중요한 키워드가 "몰락"인데, 사실 지금 이 세계가 정말 언제 종말해도 이상하지 않을 시기잖아요. 지구 어딘가에서는 전쟁도 계속 나고 있고, 재난, 기후 위기... 사실 언젠가 우리가 다 사라질 텐데, 이 사라짐의 감각은 계쏙 여기 턱 밑까지 올라오고 있는데, 미래를 살아가고 있는 청소년들은 이러한 시기에 어떠한 생각을 갖고 있을까라는 생각이 많이 들었던 것 같아요. 저한테도 '이렇게 종말로 가고 있는데, 나는 어떻게 미래를 꿈꿀 수 있을까'라는 질문이 있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 이렇게 기후 위기가 심해지고, 빙하가 많이 녹고 있고, 어느 도시들이 계속 물에 잠길 텐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삶의 희망을 어디에서 볼 수 있을까 라는 것이 극작을 헀을 때 중심 질문이 됐던 것 같아요.
<세계몰락감> 나무위키 페이지 바로가기
세계몰락감
10.09 관객과의 대화
크리에이티브 윤슬
Creative Yunseul